삼국사기 열전에 기록된 석우로의 기록을 읽을 때마다 한 번씩 머릿속을 맴돌던 의문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석우로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기술하였을까?’, ‘作文을 추가하여 언행을 함부로 하면서 국가와 국왕을 위기에 빠트린 악인으로, 그로 인해 자신을 스스로 죽음으로 내몬 사람으로 기록한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김부식의 進三國史記表에는 고려 인종이 김부식에게 삼국사기의 출판을 위하여 내리는 교시가 그대로 기록되어있는데, 그 일부분은 아래와 같다.

 

又其古記文字蕪拙, 事迹闕亡, 是以君后之善惡, 臣子之忠邪, 邦業之安危, 人民之理亂, 皆不得發露, 以垂勸戒.[, 古記는 문자가 거칠고 사적이 빠지고 사라졌으니, 君后의 선함과 악함, 臣子의 충성스러움과 간사함, 국가경영의 안전과 위태로움, 人民의 올바름과 어지러움을 모두 드러내어 권함과 경계함을 보이지 못하였다.]

 

述而不作은 논어 술이(述而)편에 나오는 구절인데, ‘서술은 하나 만들지는 않는다.’라는 말로 공자가 자신의 저술에 대하여 자신 스스로가 창작한 것이 아니고, 옛일을 따라 있는 그대로 기록했음을 설명한 말이다. 김부식은 유학자로써 유교적 합리주의 사관에 입각하여 삼국사기를 집필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도 述而不作의 원칙은 지켜졌을 것이다.

 

추측컨대 삼국사기 열전에 보이는 석우로의 전기는 이미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편찬하기 이전 古記에 그 원형이 전해지고 있었을 것이다. 나해왕의 왕자인 석우로는 갈문왕 나음과 같이 전쟁터를 누비며 전기 加耶[삼국지의 변한 12개국, 優由國]를 멸망시켰다. 나음을 살펴보면 삼국사기 열전이나 삼국유사 피은편의 물계자 기록에 왕손이나 태자[사실은 葛文王이다.]로 호칭된 나음은 부하를 못마땅히 여겨 미워하고, 공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람으로 그려져 있다. 이 또한 삼국사기가 편찬되기 이전 이미 그 원형이 전해져왔으리라 추측된다. 이 둘의 가장 큰 공통 특징은 전기 加耶[삼국지의 변한 12개국, 優由國]를 멸망시킨 일등 공신이라는 것이다.

===> 계속

삼국사기 열전에 기록된 昔于老의 사망연도 ver.0.200.pdf
0.55MB

Posted by livemi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