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인류가 후손에게 남겨주어야 할 위대한 책 중에 몇 권을 꼽으라면, 그중에 하나는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도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 책은 제목이 표방하는 바와 같이 생명체의 분류 기준이 되는 종[Species]이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하였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현재의 생물분류학은 종의 진화과정을 생명의 나무 모형을 이용하여 설명한다. 이러한 연구 방법은 찰스 다윈에 의하여 처음으로 제안되었는데, 모든 종은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분기되어 서로가 새로운 종으로 발전하여 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분기된 과거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현상의 시초가 되는 최초의 생명체를 만나게 되는데, 이를 루카[LUCA, 모든 생명의 공통 조상,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부른다. 루카로부터 시작된 생명이 유전물질의 복제와 분열의 과정을 거쳐 개체수를 늘여가면서 2, 34,..縱的 계승되는 과정에 조금씩 유전 형질에 변형이 일어나고, 그 과정이 수많은 시간을 경과하면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기되었고, 그 결과로 지구상에는 이토록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생명의 나무 모형이다.

 

최근의 연구는 이러한 유전물질이 종적으로 전달되는 것과 더불어 異種간에 橫的으로도 유전물질을 주고받으면서 더 다양하게 유전적 변형이 일어났다고 한다. 거대한 아마존강이나 미시시피강이 흘러흘러 수많은 물길을 만들어내면서 그 물길은 끊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물길이 만들어 지면서 하류로 죽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 다른 물길이 더러 교차 합류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물길의 교차 합류의 과정을 생명현상에서 횡적으로 유전물질이 전달되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의 흔적을 기록한 역사적 기록인 사서의 내용을 살펴보다 보면 기록된 정보가 전해지는 과정이 바로 생명의 유전물질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최초에 當代史를 정리한 특정한 하나의 사서가 만들어진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사서의 복제본들은 여러 공간으로 전파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한날한시에 세상에 나온 사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지면이나 지면에 기록되어 있는 글꼴에 물리적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본래의 모양이 변형된 상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이 진행되면서 좀 더 변형의 강도가 커진다. 이와 더불어 필사본을 만든다든가 또는 다른 사서를 작성하면서 자료로써 인용, 복제 등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판독이나 手記 과정을 거치면서 오류가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변화가 지속되면 각각의 환경에 따라 원본의 내용에서 조금씩 변형된 여러 가지 판본들이 존재하게 된다. 이것은 하나의 생물이 유전 형질에 조금씩의 변형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 수많은 시간이 보태지면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기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진수의 삼국지 같은 경우에 紹熙本, 紹興本, 百衲本, 通行本[汲古閣本] 등의 여러 판본이 현존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공간적이나 시간적으로 여러 곡절을 거쳐 새롭게 형성된 서로 다른 판본으로부터 최대한 원전의 모습을 찾아내는 것은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는 핵심이 된다.

 

또 사서의 기록에 보이는 변형된 문자를 확인하여 본래의 모습을 복원하는 것도 연구 방법론 중의 중요한 하나의 요소이지만, 그와 더불어 사서에 기록되어있는 문장을 문법에 맞는 정확한 번역을 통하여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본래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너무노무 중요하다. 사실 엉터리 번역이나 불합리한 번역을 하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변형된 문자들의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한 것에 기인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각기 존재하는 다양한 판본의 계통도를 만들어 그들 사이에 어떠한 방식으로 문자가 변형되고, 서로 간에 인용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은 중국인 진수가 기록한 중국의 정사 기록이지만, 우리 고대사를 복원하는 기본 원전 자료 중의 하나이다. 편찬 시기가 3세기 말경으로 2~3세기 한국의 고대사를 연구하는 것에 있어서 그 어떤 문헌 자료보다도 우선 순위가 높다. 이 점은 12세기에 저술된 삼국사기와 비교를 하는 것이 조금 무리가 있지만, 문헌 사료적 가치라는 면에서는 그 어떤 사서보다 월등히 앞선다. 이러한 연고로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이 부정되는 현재의 연구 관행에 따라 3세기의 한국고대사를 연구할 때면, 삼국지 위지 동이전과 지금까지의 고고학적 발견 성과를 바탕으로 원삼국시대라는 새로운 표현으로 연구물들을 자리매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 경향으로 이어진 이유 중의 하나가 삼국지 위지 동이전의 원전 기록을 잘못 번역하고, 또 잘못된 번역을 바탕으로 그 당시의 역사적 사건을 이해한 것이 그중 하나이다. 이 글은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서 臣智激韓忿이라는 특별한 하나의 문장을 제대로 파악하여 잘못된 한국고대사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하여 작성한다.

 

三國志 韓傳의 臣智激韓忿에 대한 새로운 考察 ver 0.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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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vem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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