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우리 상고사
橛謂諴操准位而置의 정확한 의미
livemiri
2012. 5. 3. 22:44
橛謂諴操准位而置의 정확한 의미
삼국사기에서 麻立干에 대한 주석이 실려 있다. 김부식이 김대문의 말을 인용하여 주석을 달아놓은 부분이다. 그 부분을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謂諴操准位而置則王橛爲主㠯橛列於下因以名之 -삼국사기 정덕본 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謂諴操準位而置則王橛爲主㠯橛列於下因以名之 -삼국사기 을해목활자본
이 문장은 매끄럽게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橛謂諴操準位而置’이다. 보통 연구자들의 해석은 ‘橛謂諴操, 準位而置’라고 문장을 끊어 읽고 ‘橛 = 諴操’로 이해한다. 여기서 橛을 諴操라 하는 것은 여러 연구자들의 추측이다. 필자는 이 橛을 ‘의미도 모르는 諴操’로 이해하는 것에 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上에 있는 이 부분의 해석 몇 개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1} 訥祇 [校勘 001] 麻立干立 金大問 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謂諴操淮 [校勘 002] 位而置則王橛爲主㠯 [校勘 003] 橛列於下因以名之 김대문(金大問) [註 001] 이 말하였다. “마립(麻立)이란 방언에서 말뚝을 이른다. 말뚝은 함조(諴操) [譯註 002] 를 말하는데 지위에 따라 설치했다. 곧 왕의 말뚝은 주(主)가 되고 신하의 말뚝은 그 아래에 배열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왕의] 명칭으로 삼았다.” [譯註 002] ≪삼국유사≫ 권1 紀異篇 남해왕조에서는 ‘橛標’라 하였고 ≪삼국사절요(三國史節要)≫(권5)에서는 ‘標’라 하였다. 그런데 諴操의 한문적 의미는 橛標 혹은 標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혹시 신라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아닐까 한다. [ 출처 :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http://db.history.go.kr ]
2} 訥祇[주석1]麻立干立 金大問云 『麻立者 方言謂橛也 橛謂諴操 准[주석2]位而置 則王橛爲主 臣橛列於下 因以名之』 2) 原本 「淮」. 三國史節要에 의거 수정. 「准」과 「準」은 相通. 鑄字本 「準」. 榮·烈 「準」. 눌지 마립간(訥祇麻立干)이 왕위에 올랐다. <김대문(金大問)이 말하였다. “마립(麻立)은 방언에서 말뚝을 일컫는 말이다. 말뚝은 함조를 말하는데, [그것은] 위계(位階)에 따라 설치되었다. 왕의 말뚝은 주(主)가 되고 신하의 말뚝은 그 아래에 배열되었기 때문에 이로 말미암아 [왕의] 명칭으로 삼았다.”> [ 출처 : 네이트 한국학 http://koreandb.nate.com/history/saki/ ]
3} <訥祗>麻立干立,[<金大問>云: “麻立者, 方言, 謂橛也. 橛謂諴操{標}, 准位而置, 則王橛爲主, 臣橛列於下, 因以名之.”] 눌지 마립간[김 대문은 “‘마립’은 방언으로는 ‘말뚝’인데, 말뚝은 곧 함조를 뜻한다. 이는 직위에 따라 놓는 것이니 즉, 왕 말뚝이 중심이 되고 신하 말뚝은 그 아래에 나열한다. 이를 빌어와 왕의 명칭으로 삼았다”라고 말했다.]이 왕위에 올랐다. [출처 : 진갑곤님의 삼국사기 한글화일]
비슷한 기록은 삼국유사에도 있는데 아래와 같다.
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標准位而置則王橛爲主臣橛列於下因以名之 -삼국유사
똑같이 ‘金大問云,..’으로 시작한다. 이 삼국유사의 기록은 문장이 매끄럽게 번역이 된다. 필자의 번역 // 김대문이 가로되, 麻立은 方言인데 橛을 말한다. 橛은 위치에 준하여 표시하고 세우는 것이다. 즉 王의 橛이 主가 되고 臣의 橛은 아래에 놓인다. (이러한) 연유로써 그것을 이름으로 했다,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은 분명히 ‘金大問云,..’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김대문의 저술이나 김대문의 저술을 인용한 2,3차 기록에서 옮겨온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두 기록은 몇 글자 차이를 가지고 있다.
비교해 보자. 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謂諴操准位而置則王橛爲主㠯橛列於下因以名之 -삼국사기 정덕본 金大問云麻立者方言謂橛也橛標准位而置則王橛爲主臣橛列於下因以名之 -삼국유사
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삼국사기에는 橛謂諴操准으로 삼국유사에서는 橛標准로 되어 있다. [참고 : 이러한 차이로부터 ‘諴操’가 ‘諴標’나 ‘橛標’의 잘못이라 이해하는 연구자도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삼국사기의 기록은 문맥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이고 삼국유사는 의미가 정확히 파악된다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라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操를 標로 바꿔보자. 橛謂諴操准位而置(橛은 諴操准位而置을 말한다.)=====>橛謂諴標准位而置(橛은 諴標准位而置을 말한다.) 操를 標로 바꾸어 봐도 諴의 역할이 어색하다. 諴은 和, 融洽(사이가 좋다. 조화롭다. 융화하다.),真誠的, 誠心的(진심어린) 등의 뜻을 가지는 글자이다. 그러니 문장 중간에서 앞뒤로 잘 호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연구자들은 “橛謂諴操, 准位而置”로 끊어 읽고 “橛은 諴操라 하는데, 位에 준하여 설치한다.”로 번역하는 실정이다.(諴자를 더 바꾼다면 소설적 상상으로 살짝 넘어가겠지여. 그래서 저는 여기서 그만,... 혹시 이 떡밥 계속 물고,...ㅋ)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먼저 일연은 麻立干에 대한 김대문의 글을 삼국유사에 기록하면서 삼국사기의 기록을 옮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먼저 글자모양을 보면 操와 標이 무척 비슷하다. 지난 80년대 초 삼국사기의 새로운 판본인 성암본이 학계에 알려짐으로써 정덕본에서 300여개의 脫字 誤字가 있음을 알았고, 또 정덕본에서 뜻이 통하지 않던 문맥이 매끄럽게 해석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필자는 일연도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 麻立干에 대한 김대문의 글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가 정덕본을 보면서 誤字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종이가 마모되고 그에 따라 글자의 획이 탈락하는 등으로 인하여 문맥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즉 삼국사기에 기록된 34자의 글자가 뜻이 제대로 통하지 않자 일연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였을 것이고, 그 것이 바로 뜻이 잘 통하지 않는 橛謂諴操准를 橛標准로 고쳐 적은 것으로 보인다.
감사합니다. ver. 0. 000. 05032012
잡담 : 현미경에 눈을 가져다 대면 아름다운 미시세계가 보인다고 합니다. 거대한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광학망원경이나 천체망원경으로 그 속을 들여다봅니다. 나 또한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기 위하여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나의 눈을 가져다 댑니다.(ㅋ로그온) 그러면 내가 알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우리의 역사가 보이더라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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